뿌리만 섞었을 뿐인데 발밑이 단단해지는 경험

 

요즘 청년들에게 힙한 동네인 망원동에는 서울시청년교류공간이 있다. 이곳의 1층 서울청년일자리카페에서 4명의 청년인생설계학교 참여자들과 역시 청년인 배상지 주임, 김주명 원장이 만났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소한 농담에도, 같이 겪은 추억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쏟아졌다. 이래서 청춘이구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철도 파업으로 늦게 온 현석 씨의 군산 여행 이야기, 원장님의 밀레니얼 세대 ‘멀티 페르소나’ 이야기, 이성당 빵과 패러글라이딩 이야기, 섬마을에서 잡았던 전어 이야기 등으로 아이스 브레이크를 한 후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이 네 명은 올 여름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만나 친해졌고, 그 중 채령 씨와 현석 씨는 미니 갭이어 중이다.

 

 

 

김주명 : 평생학습이 은퇴하신 분들, 즉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품위 있게 노후를 즐기는 방향으로 굳어진 것 같아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이니만큼 더 절박한 경력단절여성이나 청년들도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청년인생설계학교가 더 의미 있다고 보는데요. 각자 어떻게 청년인생설계학교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동기와 목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김용민 : 저는 올해 서른이 되었는데, 20대에는 사회에서 으레 이야기하듯 대학 가고, 군대 가고, 취업 준비해서 취업을 하고 지냈어요. 서른이 되니 뭔가 내 인생을 설계해보자 하고 참여했어요. 참여하는 과정에서 설계보다는 지금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어요.

전채령 : 저는 20대인데, 20대가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인 거 같아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원하는 길이 있다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것저것 알아봐야겠다, 뭔가 도전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설계‘학교’라고 하니까 와 닿아서, 학교에 같이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김승현 : 저는 청년인생설계학교라는 걸 청년포털에서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임용고시를 오래 준비를 했었는데, 잘 안돼서 집에만 있다가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청년포털에 접속했거든요. 다른 분들과 달리 저는 기대도 없었고, 이걸 할까 말까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안 되면 말지 뭐 하는 느낌으로 클릭해서 신청했고, 떨어졌어요. 근데 일주일 뒤에 도서관에서 책 읽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원래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데, 이상하게 받고 싶더라구요. 추가 선정되었다고 해서 하게 되었어요.

정현석 : 저는 대학교 축제 준비할 때 동아리실 2층에서 포스터를 보고 알게 됐어요. 제가 4학년인데 휴학 한번 없이 달려오다 보니 한번쯤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 싶던 차에 청년인생설계학교라는 이름이 너무 와 닿았어요.

 

인생의 방학을 잘 보냈어요

김주명 : 프로그램이 12개 정도 되지만 두 달은 짧은 시간이죠. 그 짧은 시간에 혹시 변화가 있었나요? 그렇다면 어떤 변화였나요?

김승현 : 저는 교육 쪽 일을 하고 싶고, 계속 할 생각인데, 이제까지 제게 교육이란 학교, 학원, 좀 더 간다면 대안학교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것도 교사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통해 새로운 교육에 눈 뜨게 되었고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시작할 때는 기대가 없었는데, 사람들과 만나 많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어떤 분이 저에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승현 씨, 방학 잘 보내세요.”라고 했는데 진짜 여기서 방학을 잘 보낸 것 같습니다.

정현석 : 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하나의 길만 생각했어요. 나이가 되면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취업을 하고. 이런 고정적인 하나의 방법만 생각해왔는데, 모두발언과 CEO분들이 나왔던 소셜디자이너 경험 과정을 통해서 생각보다 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구나, 직업이 다양하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진행하는 게 재밌고 재능도 있는 것 같은데, 단순히 회사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길로 가도 괜찮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섬마을 인생학교를 나갈 때는 ‘사회에 나가면 MC를 해보자, 꿈을 위해서 나아가자’ 했는데, 지금은 또 현실에 부딪치니까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하고는 싶은데, 계속 머뭇거리고 있어요.

 

배상지 : 그럼 활동공유회 때 MC 해보시겠어요?

정현석 : 너무 좋죠. 저에게는 고마운 기회죠.

 

 

처음으로 내 인생이 불편해졌지만, 발전하고 있어요

전채령 :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닌데,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청년 마음 치유 프로젝트도 그렇고 저를 해부하는 시간이 되게 많잖아요? 저는 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고, 어디 가서 그런 마음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인데 자꾸 ‘상처를 떠올려라’ 하시니까 처음엔 좀 힘들다가 점점 나아진 것 같아요. 불편했지만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렇게 연습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내가 무엇이 잘못 되었지?’ 생각하게 됐어요. 나쁜 습관은 고치고, 조금 더 용기를 내자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인생이, 제 습관이 불편해졌다고 해야 되나? 그 습관대로 편안하게 살았더라면 아마 발전이 없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의욕도 생기고, 더 발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김주명 : 채령 씨 보면 나쁜 습관 전혀 없을 것 같은데요?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진데…

배상지 : 섬마을에서도 조별 활동을 할 때 채령 씨가 언니처럼 다른 청년들을 잘 챙기고 해서 이런 스토리가 있는지 몰랐어요.

 

전채령 : 저는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집에만 있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집순이죠. 그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아서 저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진 않아요. 하루에 스케줄 2개 이상 넘어가면 너무 힘들어요. 하하. 하루 그렇게 했으면 다음날은 쉬어야 하는데, 계속계속 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지금 훈련 중인 것 같아요. 이게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시작됐어요. 수업 들으려고 자꾸 나가야 되니까. 그때마다 몇 번이고 고민했죠, “아.. 오늘은 가지말까?” 그러다 나가고. 저는 스스로 잘 안되니까 억지로라도 나갈 수 있게 강제하는 게 좀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불편하지만 발전하고 있어요.

김용민 : 저는 채령 씨와는 반대인데, 항상 뭔가를 많이 하고, 활동 하려는 성향이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약간 지치더라구요. 올해 입사하고 매일 12시까지 야근을 하고, 책임감 때문에 집에 가서도 새벽 4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출근을 해요. (다들 놀람!) 그렇게 해서 일을 마무리하면 뿌듯하긴 한데, 이건 내가 사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바뀌었어요.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하면서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해야겠다 싶어 요즘은 그런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약점이나 흉을 이야기하는 걸 안 좋아했는데, 연결과 사유의 방, 마음 치유 활동을 하면서 그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다보니까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회사에서도 누나랑 싸운 얘기 같은 것도 막하고. 웃고 넘어가고 그래요.

 

월요일이 기다려지긴 처음이었어요

김주명 : 각각 참여하신 프로그램이 좀 다르죠?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 권하고 싶다 하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김용민 : 저는 연결과 사유의 방이랑 섬마을 인생학교가 제일 좋았어요. 섬마을 인생학교는 도초도에서 했는데, 육지를 벗어나서, 진짜 단절된 느낌이었어요. 서울과 단절된 데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좋았어요. 연결과 사유의 방은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에 했는데, 일주일 간 다음 월요일이 기다려졌어요. 완전 추천합니다.

배상지 : 연결과 사유의 방은 여름학기 끝나고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서 가을학기는 필수로 바뀌었어요. 여름학기 분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전채령 : 저도 연결과 사유의 방과 섬마을 인생학교가 좋았어요. 연결과 사유의 방을 저는 토요일에 했는데, 한 주 동안을 정리하는 느낌이었어요. 활동 후기 정리뿐 아니라 마음 치유와 비슷하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깊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마음 치유나 프로진로고민러고민러에서 조금 더 확장된 느낌? 다들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한분도 허투루 듣지 않고 깊게 공감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섬마을 인생학교는 약간 꿈 같았어요. 그때 안개도 끼고 해서 더더욱 환상 같아요. 모든 시간이 좋았어요. 청년요양원에서는 핸드폰을 수거했지만, 섬마을에서는 수거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같이 있을 때 웬만하면 다들 폰을 안 보시더라구요. 그만큼 그곳의 자연과 사람, 액티비티가 좋아서 거기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명이라도 모난 사람이 있었으면 불편할 수도 있었는데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었어요. 다음에 섬마을을 또 간다고 해도 이렇게 재밌지는 못할 것 같은, 두 번은 또 없을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되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연결과 사유의 방? 어려운 프로그램 아니에요.

김승현 : 저도 섬마을 인생학교와 청년요양원 같은 캠프형 프로그램이 좋았어요. 저는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4~5년 정도 산이나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에서 너무 잘 쉬다 왔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데 옆에 있던 분(채령)이 갑자기 저한테 리액션을 너무 영혼없이 하신다고 하셔서 저는 그런 거 아니라구 하면서 친해졌어요. 그랬는데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또 뵙게 되니까 더 반가웠구요.

저는 계속 집에만 있어서 사람들과 만난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청년인생설계학교를 신청한 사람들은 사람과 만나는 거에 목말라 있었을 사람들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프로그램이든 나갈 때마다 항상 좋았어요. 어떤 모임에서는 되게 불편한 분이 있어서 모임이 깨지기도 한다고, 그렇게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그런 경우가 없었어요. 여러 프로그램에 참석했는데 다 좋았어요.

연결과사유의방 같은 경우도, 저희 조는 얌전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른 조와 달리 으쌰으쌰 하는 에너지가 없었는데도 마지막 공유회 끝나고 같이 모여 밥도 먹고 안부도 묻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이런 만남이 계속 이어진다는 게 신기해요. 돈을 버는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취미 같은 건데, 그런 것에 비해 뭔가 되게 좋았어요.

 

 

정현석 : 저 정말 아쉬워요. 옆에서 하는 거 보고 들으니까 연결과 사유의 방, 나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커요.

김승현 : 연결과 사유의 방 같은 경우는 제목이 좀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어떤 분도 어려울 것 같다고 부담된다고 했는데 제가 “그냥 놀다가 오면 돼요.”하면서 끌고 가기도 했거든요.

김용민 : 제가 그래서 OT 때 물어봤잖아요. 혹시 연결과사유의방이 토론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아니라고 아니라고 엄청 강하게 부정하셨어요.

 

기승전 섬마을 인생학교

정현석 : 저도 첫 번째는 섬마을 인생학교예요. 그건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1순위로 꼽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는 다들 많이 해주셨으니까 저는 두 번째로 좋았던 프로진로고민러고민러 추천해요. 테이블에 코치님이 한분 앉고, 3~4명이 둘러 앉아서 하는데, 뭔가 집중해서 저의 키워드를 알려주시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깊이 알려주셨어요. 저희 코치님이 마르코님이었는데, 제가 코치를 잘 만난 것인지 제가 말할 때 집중해서 듣고 경청하고 잘 얘기해주셨어요. 정말 칭찬하고 싶고, 진로 고민 많을 때라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근데 사실 모든 프로그램들이 저한테는 다 재밌었어요. 모두발언도, 교수님이 매주 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한 주제의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아쉬웠어요. 단순히 무대에 서서 일방적으로 강연하는 게 아니라, 멀지 않은 거리에서 직접 소통도 하고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되게 좋았어요.

 

이후 섬마을 인생학교 이야기가 끝도 없이 쏟아졌다. 즉석에서 했던 세바시, 오연호 대표의 승부욕이 돋보였던 축구, 마트에서 장보고 밥 해먹은 것, 요가매트에서 별 보던 이야기까지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곳에서의 3박4일이 정말 좋았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많이 선택할수록 만족도가 큰 학교

김주명 : 청년인생설계학교는 청년의회에서 청년들이 발의를 해서 만들고, 진행자도 다 청년이어서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올해 아쉬웠던 점이나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김승현 : 지금은 랜덤으로 뽑는 걸로 아는데, 선발기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캠프형 프로그램의 경우 가고 싶어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청도 못했다 하더라구요. 근데 막상 섬마을 갔더니 원래 정원보다 적게 오셨잖아요? 당일 취소하는 분도 있었고. 정말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할 수 있게 끄집어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정말 필요한 사람한테 줄 수 있는 방법이요.

그리고 프로진로고민러랑 청년 마음 치유 프로젝트는 고정 필수 프로그램이었잖아요? 청년 마음 치유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 반, 굳이 내 얘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반으로 갈렸던 것 같은데, 원래 말을 하고 싶었던 사람도 주변 반응을 보고 움츠러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 필수보다는 선택으로 돌려서 하고 싶은 분들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프로진로고민러고민러는 강점 키워드로 자신감을 계속 불어넣어준 프로그램이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좋았지만, 제목만 보고 자기 진로를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좀 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프로진로고민러를 주최하시는 스타트업에서 이런 걸 더 보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현석 : 모두발언의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어요. 가기 전에는 2시간이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보면 2시간은 짧고 3시간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모두발언이나 소셜 디자이너 경험과정은 1회성이라 아쉬웠어요. 프로그램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같이 듣는 사람과 친목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필수만 듣고 선택 과목을 별로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청년인생설계학교가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섬마을 인생학교, 청년요양원, 연결과 사유의 방을 공통적으로 좋다고 하는 이유는 연결고리가 있고, 지속가능한 관계였기 때문이에요.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하는 기간만큼은 여기 속해 있다는 소속감이 들면 좋겠어요. 여름학기는 필수 2개, 선택은 자유에 다 맡겼는데, 앞으로는 ‘선택 8개 과목 중 최소 3개는 들어야 된다’는 식으로 기준을 높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전채령 : 맞아요, 만족도 면에서도 선택을 더 많이 한 사람들이 만족도가 높았어요. 필수 두 과목만 들은 사람은 “이게 뭐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지원자 랜덤 추첨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사실 청년인생설계학교를 알게 된 게 언니가 알려줘서예요. 제가 듣고 좋다고 하니까 언니도 신청을 했어요. 지원서도 열심히 썼는데 랜덤 추첨에서 떨어졌어요. 언니가 “이렇게 장황하게 써서 냈는데 아무나 뽑는다고? 되게 별로다.”하면서 서운해 했어요. 선발기준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청년 마음 치유 프로젝트에선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상처 세가지를 말해보세요’ 하는데 너무 막막해서 안 나오는 거예요. 결국 이야기가 산으로 가서 저희 조에선 연예인 이야기하고 막 그랬어요. 주제가 좀 구체적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회자분이 후반에 사연읽기 할 때, 취조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좀 불편했어요.

 

마음 다이어트 잘 했습니다

김주명 : 여름학기 청년인생설계학교 주제가 “만나자, 나와!”였어요. 그래서 나를 만났나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이라서 죄송합니다. 편하게 답해주세요. (웃음)

정현석 : 확고한 저를 바라보기엔 시간이 짧았어요. 하지만 저의 시야가 확장되었고, 뭔가를 고민할 때 다른 루트도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전채령 : 저도 마찬가지예요. 기간은 짧았지만 두 달 동안 시야가 넓어졌어요. 내가 나에 대해서 안일하게 살았구나, 편하지도 않았는데 편한 길만 찾았구나 하게 되었고, 조금 더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런 말 좀 오글거리지만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통해 모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김승현 : 섬마을 인생학교가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제일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해서 표정들이 다들 지쳐있었는데, 3박4일 지나고 나니 다들 행복한 표정들을 봤어요. 제가 교육을 생각함에 있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고, 그걸로 나도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교육을 처음 선택했을 때의 초심을 기억해내게 되었어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많이 찌는 체질이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몸무게가 120Kg이었거든요. 여름부터 움직이다 보니 헬스장도 가게 되고, 청년수당도 받으면서 연계 프로그램도 참여하면서 살도 20Kg이 빠졌고, 마음도 재밌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요. 몸 다이어트도 하는데, 마음 다이어트도 잘하고 갑니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두 달이 다이어트를 잘 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용민 : 저는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내가 다 달랐고, 그게 잘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운동을 7년 했는데, 운동할 때의 나랑, 공대를 다닐 때의 나랑, 취직을 해서 일하는 내가 다 달랐고, 그 상황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죠. 하지만 이게 꼭 좋은 결과로 나타나진 않는 것 같아요.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금까진 “으레 이렇게 해야 돼.”였다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로 바뀌었어요.

 

영화 <어바웃 보이>는 고립된 섬으로 살던 한 남자가 예기치 않게 한 소년과 만나면서 바다 밑으로 연결된 섬(군도)이 되는 이야기다.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만난 이들이 어쩐지 군도로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온 밤, TV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의 내레이션을 들었다.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뿌리만 섞었을 뿐인데 발밑이 단단해지는 경험, 혹시 이 청년들이 했던 경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