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로 시작해 ‘커뮤니티’로 완성하다

 

책 낭독 커뮤니티 ‘낭만 낭독’의 임정화 대표김경희 활동가, 영상 제작 커뮤니티 ‘장 보러 가는 날’의 정인선 대표김나영 활동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의학교에서 처음 만났다는 점이다. 두 팀은 지난 봄학기와 여름학기에 새로운 경험과 체험 중심의 배움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의 참여자(학습자)로 만나 지금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자발적 커뮤니티로 이어진 활동. 이들을 다시 모이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그 궁금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두의학교 김혜영 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여에서 모임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혜영 : 네 분 다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로 만나셨어요. 어떻게 지금의 커뮤니티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건가요?

정화 : 지난 여름학기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 중 ‘모두의 문화요일 : 낭독편’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혼자 읽기에는 너무 두꺼운 책, 다양한 주제의 책을 여러 참여자와 함께 읽는 시간이었죠. 평소에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읽으니 참 좋더라고요. 당시 프로그램에서 책 한 권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그게 아쉬워서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저와 김경희 님, 장춘옥 님 셋이서 우리끼리라도 마무리해보자며 책 읽고 낭독하는 ‘낭만 낭독’을 시작했어요. 춘옥 님께서 지인 몇 분을 모시고 와서 지금은 회원이 여섯 명으로 늘었습니다.

혜영 : 앙상블 프로젝트로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든 분들이 주변 분들께 전파해서 구성원이 늘어난 것도 흥미롭네요.

경희 : 저는 화요일 오전에 할 만한 것을 찾다가 ‘모두의 문화요일 : 낭독편’을 우연히 신청하게 됐어요. 집에 혼자 있으면 책을 잘 안 읽는데, 정해진 날짜에 모여 사람들과 같이 읽으니까 참 좋더라고요. 책을 미리 읽어 온다거나 개인적인 감상평을 말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활동이 편했어요. 만약 책 읽는 게 부담이 됐다면 계속하지 못했을 거예요.

 

 

나영 : 영상 제작하는 커뮤니티 ‘장 보러 가는 날’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 중 ‘언니들의 산책학교 : 여름 산책’에 참여해 일상을 담은 영상을 촬영했는데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영상의 재미를 알아가면서 같이 활동했던 분들과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어요.

인선 : 저는 ‘언니들의 산책학교 : 봄 산책’에 처음 참여했어요. 그때 감성을 자극하는 활동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영상에 감성을 녹여내는 방법을 알게 됐죠. 서서히 영상의 매력에 빠져들어 ‘언니들의 산책학교 : 여름 산책’에도 참여하게 됐고, 결국 커뮤니티 활동까지 이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자리

나영 : 사실 다른 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수동적인 강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참여자들과 소통의 기회가 많지 않죠. 하지만 모두의학교는 참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배움뿐만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인선 :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활동에 재미를 느끼고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셈이죠.

 

정화 :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늘 책에 대한 갈증이 있지만, 시간을 내서 읽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낭독은 나눠서 함께 읽을 수 있고, 굳이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이 없어요. 목소리를 통해서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전달이 되거든요. 울림이 달라요. 전투적으로 책 읽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들이 이 시간을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책을 매개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들을 통해 삶을 배우기도 하죠.

혜영 : 사실 ‘모두의 문화요일 : 낭독편’에서 마지막에 책의 뒷부분을 남겨둔 것은 저희가 의도한 것이었어요.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모임을 이어가길 바랐고,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뒷부분을 남겨두기로 했죠.

 

 

정화 : 기획 의도가 완전히 적중했네요.(모두 웃음)

혜영 : 앙상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재미를 느낀 시민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또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를 자기 주도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하는 편입니다. 봄 산책, 여름 산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산책하듯이 자기 일상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예술적 감수성을 끌어내면 더 풍부한 활동이 이어지리라 생각했어요. 참 ‘장 보러 가는 날’이라는 커뮤니티 이름이 재미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인선 : 저희의 첫 활동의 주제가 시장이었어요. ‘장 보러 가는 날’이 물건을 사러 간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장을 보러 간다는 의미예요. 시장 가는 길이 아주 짧은 거리인데, 관심을 갖고 보니 가게 하나하나가 다르고, 어느 방향의 골목으로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이더군요. 그런 모습을 영상에 잘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영 : 저희는 두 개의 영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공동 작업으로 관악구 조원동에 있는 강남골목시장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 사물, 가게를 촬영해서 시장 안의 삶을 영상으로 담는 작업이에요. 두 번째는 내가 느낀 가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처럼 주제를 정해서 개인적인 일상을 나누고 있어요. 인선 님이 일기를 영상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하셔서 진행하게 됐어요. 서로 다른 각자의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활동이에요.

 

나를 찾는 시간, 일상의 아름다운 변화

혜영 :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변화하거나 달라진 점이 있나요? 모두의학교에서 여러 경험을 한 후 일상에 소소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정화 : 저는 모두의학교에 봉사자로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주인의식이 없었어요. 그저 좋은 공간에서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고, 책을 보며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죠. 하지만 ‘낭만 낭독’을 이끌면서 주인이 됐어요. 커뮤니티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저도 행복해지더라고요. 또 다른 변화라면 낭독을 할수록 목소리에 애정을 갖게 되고, 책을 더 의미 있게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거예요. 목소리에 감정을 담고, 어떤 마음으로 읽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경희 : 저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표현하는 걸 힘들어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말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이제야 비로소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워낙 비활동적인 사람이라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모두의학교가 참 좋은데, 이런 곳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정화 : 경희 님이 낭독 첫 시간에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대중 앞에서 목소리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요. 실제로도 목소리가 많이 떨렸어요. 낭독을 계속하면서 익숙해지셨고, 4개월 만에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고 발성이 좋아지셨어요. 지금은 무척 잘하세요. 얼마 전 따님 결혼식 때는 직접 축사를 낭독하시기도 했어요.

나영 : 저는 종종 편집한 영상을 동생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데, 어느 날 동생이 그러더군요. 제가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동생도 영상 제작 활동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해요.

 

 

인선 : 생각해보면 그동안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봄 산책, 여름 산책을 통해 끄집어져 나온 것 같아요.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어떤 끌림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고 모두의학교에서 그것이 실현된 것 같아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여기서 알게 됐고 그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20년의 제가 더욱 기대돼요. 모두의학교가 제 자신을 좀 더 일찍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일상을 영상에 담으면서 더 기록하게 되고 의미를 찾게 됩니다. 이곳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니까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와 공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혜영 : 모두의학교 활동이 일상에 큰 변화를 줬다는 말을 들으니 참 뿌듯합니다. 모두의학교가 2년차가 되면서 저희가 기대했던 팀이 실제로 등장했고, 그 기대가 실현된 것 같아서 저도 꿈을 이룬 듯한 기분이에요. 앞으로 이곳에서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 많이 쌓일 거예요.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도 교육이 될 수 있고 일상을 담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보여주셨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평생학습이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여러분의 모습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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