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떠올렸을 때 새로운 시작을 상상할 수 있도록

 

출발부터 가난하게 자란 소년은 가난한 청년이 되고, 이 청년은 가난한 중년이 되고, 더 가난한 노년이 된다. 소득 불균형과 자산 격차가 대물림 되는데다, 심지어 이 불평등에는 ‘이자’가 붙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서울시는 올해 ‘공정한 출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경제와 민생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불평등으로 꼽고, 시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희망을 꿈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22일, 서울시 대회의실에서 새해 업무보고가 열렸다. 이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정례 의식과도 같은,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잡는 중요한 자리이다. 업무 공정성 침해 논란이나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 통상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이 관행을 깨고 관계 공무원이 시민과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는 형태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모든 과정은 유튜브와 라이브서울로 생중계되어 모든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박 시장은 인사말에서 토고납신의 마음으로 더 담대하고 새롭게 나아가겠다며 각오를 밝히고 서울시의 새로운 다짐을 보여드리고 싶어 새롭게 준비했다고 이 자리를 소개했다. 이후 <논어>의 구절 ‘부족함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한다(不患貧而患不均)’을 인용한 그는, 시민들의 삶이 보다 더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 속에서 정책을 구상했다고 말하며 ‘공정한 출발선’을 이루기 위한 4대 역점사업을 발표했다. 이는 ▲혁신 창업 지원 ▲청년 출발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초등돌봄 키움센터 설치이다.

이날 업무보고는 담당 공무원의 종합 보고, 전문가의 토론, 시민의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이 중 ‘청년 출발 지원’에 대해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

 

 

#1. 종합 보고 : 김영경 청년청장

서울시는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원칙 아래 청년의 일자리/살자리/설자리/놀자리 분야에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해오고 있다. 그간 청년기본조례, 청년수당 등으로 전국 청년 정책을 선도해왔고 그 결과 올 1월 <청년기본법>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청년의 삶이 녹록치만은 않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빚을 지고 시작하게 된다. 사립 대학교 연 평균 등록금은 어느덧 천만 원이 넘었다. 1인 가구 중 65%가 월세에 살고 있는데, 원룸의 평균 보증금은 천만 원, 월세는 50만원이 넘는다. 청년들 내에서 ‘취준 준비’, 즉 취업준비를 준비하는 청년들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이다.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는 것 보다 이젠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에 다녀도 자산을 쌓지 못하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불가능하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격차는 청년의 기회 격차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꿈의 격차로 이어진다.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에서조차 점점 멀어지고 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시정 방향에 맞춰, 2020년 청년 출발 지원을 위해 60개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4,994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은 아래와 같다.

 

 

청년과 청년을 자녀로 둔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이 일자리와 주거라고 한다. 또 길어진 구직기간과 높은 생활비용은 자존감도 낮추기 마련이다. 이에 청년들의 사회 진입과 진로모색을 지원하기 위한 대표 사업으로 ‘청년수당’을 3만 명에게 확대 지급하고, ‘청년인생설계학교’를 작년 대비 250%(500명) 확대 지원한다.

특히 청년인생설계학교의 경우 직장인/퇴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며 청년 친화적 평생학습 생태계를 이루고자 (가칭)청년실행위원회를 가동할 계획이다.

청년 1인 가구의 독립, 혹은 더 나은 주거로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월세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마음건강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변화하는 청년 현실에 빠르게 대응하고 생활권 가까이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서울청년센터’와 ‘청년정책연구센터’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2020년 내일을 시작할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을 것이다. 출발선에서 멀리 서 있는 청년에게는 더 길고 단단한 사다리를, 출발선 가까이 있는 청년들에게는 약간의 응원을 보내며 개개인이 놓인 상황에 동행하겠다. 청년이 ‘내일’을 떠올렸을 때 새로운 ‘시작’을 상상할 수 있도록 청년의 출발을 지원할 것이다.

 

#2. 토론 : 문지혜 서울청년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이 자리에 전문가로 있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 청년 정책의 철학과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사회가 청년을 미숙하고 더 성장해야 하며 가르쳐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나 역시 청년 정책에 참여했던 사람이었고, 참여를 통해 바뀌는 것을 체감했고, 그 과정에서 연대하는 경험을 하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시정 방향의 결과가 나라는 사람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또 당사자성을 전문성으로 인정해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말을 실현한 듯하다.

 

 

서울시의 청년정책은 많은 권한을 청년에게 위임하고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방식이 아닌, ‘비빌 언덕’이 되어줬다고 생각한다.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우리 세대가 ‘자기 확신’이 없는 세대라고 느껴진다. 즉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너도 나도 확신이 없으니 각자도생 하는 것이다. 이 사회가 비판보다는 근본 원인을 질문해줘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발표된 정책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도 된다’라는 답을 청년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출발선을 맞춘다는 부분에서 지지와 응원, 기대를 보낸다. 다만 이에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다.

일자리나 주거같이 주로 다루어지는 정책들이 있다. 하지만 청년의 삶은 주요 정책으로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점들이 맞닿아있다. 논의되지 않았던 소외된 정책들도 차차 주목받았으면 한다. 또한 서울시의 정책적 시도는 서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울을 배워가는 만큼, 중앙정부로 또는 각 자치구에서 또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잘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삶을 마라톤에 비유를 하자면, 마라톤에서는 어떤 운동화를 신었는지, 누군가 옆에서 물을 주고 응원을 해주는지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에 출발선이 맞춰졌다면, 이제 잘 달릴 수 있도록 비단 청년정책에 한해서가 아니라 시 전반적인 정책에서 종합적으로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청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청년이 청년을, 청년이 다른 세대를 고민하는 것이다. 세대 간 구분 짓기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쭉 기대하겠다.

 

#3. 자유 발언 : 이정은 청년인생설계학교 참여자

오늘 발표를 들으니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피드백과 의견들이 많이 반영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 청년인생설계학교 안에서도 스스로 자기 삶을 설계하는 시간인 <미니 갭이어>에 선발되어 참여했었던 사람 입장에서, <미니 갭이어>를 국내로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3-1. 답변 : 김영경 청년청장

말씀하신 부분에 필요성을 느끼며, 관련 규정을 검토해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

 

#3-2. 답변 : 박원순 서울시장

핀란드의 경우 청년들에게 외국에 가서 지낼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고 들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으면 직접 영어권 나라에 가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예산이 충분치 않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 해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

 

 

#4. 자유 발언 : 이창민 청년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 시민으로 살게 된지 3년째다. 서울 청년 정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대부분 청년 수당이나 월세 지원 등. 정해진 인원에게만 제공되는 정책이 많은데 누구에게나 오픈된 정책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 또한 전반적으로 ‘물고기를 주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물고기를 낚아야 세상에 나아가 다른 세대가 되면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적 관점을 달리 생각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청년들이 출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역전’이나 ‘성장’등의 보다 적극적인 키워드가 강조되면 어떨까.

 

#4-1. 답변 : 김영경 청년청장

청년 누구에게나 지원되는 정책이 많이 있다. 청년센터, 무중력지대 등의 공간들도 그렇고, 서울시 청년정책 거버넌스도 소득수준이나 취업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열려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물고기 낚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말씀에는 깊이 공감한다. 오늘 발표되는 네 개의 역점사업 모두 청년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 시정 전체적으로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이미 이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 있다. 이에 단순히 공정을 넘어 역전과 성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말씀에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방향이라는 답을 드리고 싶다.

 

#5. 정리 발언 : 박원순 서울시장

정책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우리 청년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즉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며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기꺼이 세상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지혜 위원장이 서울시 간부들과 다름없이 발언하고 토론하고 있는데, 문 위원장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우리 사회에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얻거나 수당을 받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정책에 임하고 있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오면서 대략 1,300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나온다고 들었다. 이 빚을 전부 해결해줄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 해보겠다. 청년들이 겪는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에만 그치지 않고 건강과 교육 등 삶의 질 전반에 퍼지고 격차는 점차 벌어지지 않나. 적어도 이런 불평등한 세상은 종식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서울형 갭이어(Gap-year) 프로젝트로,
2017년 서울청년의회의 정책 제안으로 탄생했다.
혼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폭 넓은 경험, 평소 생각하기 어려웠던
나와 세상을 향한 탐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와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청년인생설계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