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독서노트

 

 

평생학습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난감하셨나요? 여러분은 이미 가장 쉬운 방법을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독서’인데요. 많은 분이 새해가 되면 꼭 다짐하곤 하는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래서 웹진 <다들>이 준비한 2020년 기획연재는 세상입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고민이라면, 매월 이 페이지를 주목해 주세요.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정재권 학장이 여러분의 길잡이가 되어드릴 테니까요!

-편집자 주

 

 

2020년이 벌써 한 달이 지나갑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일들은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1월부터 <다들>에 서평을 싣기로 약속하고 나서 저는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독서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통찰력을 지니지도 않은 까닭입니다. 자칫 흉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시민 여러분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가져다줄 즐거움에 한편으론 기대감도 느낍니다.

독서와 관련해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일 겁니다. 눈길을 붙잡는 책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반대로 딱히 손에 잡히는 책이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독서가 익숙지 않아 시작에 어려움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질문을 바꿔볼까 합니다.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바로 독서법 얘깁니다. 책을 읽는 방법이 좋으면 책과 쉽게 친해지고, 독서가 자연스레 몸에 밸 테니까요.

물론 독서법에 정답이 있을 리 없습니다. 제 독서법 또한 신통방통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 독서법을 소개하는 건 여러분이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했다지요.

제 책 읽기의 첫 번째 원칙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입니다. 적어도 이틀에 한 차례, 1시간 이상 독서를 하는 겁니다. 너무 평범한가요? 매일 책을 읽는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이는 독서의 ‘고수’가 아니면 갖기 힘든 습관입니다. 그리고 아직 독서에 익숙하지 않다면, 한 번에 2~3시간 이상 읽으려 애쓰지 마십시오. 책에 싫증만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라톤처럼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일정한 패턴과 속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틀에 한 차례, 1시간 이상 책을 읽으면 1~2주일에 웬만한 분량의 책 1권은 너끈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500~600쪽이 넘는 ‘벽돌책’이라면 3~4주가 걸려도 무방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1년에 20권 남짓 독서가 가능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19살 이상 성인이 지난 1년 동안 읽은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는 평균 8.3권입니다. 올해 20권 정도 읽어내면, 국민 평균 독서량의 2배 이상을 읽는 ‘독서가’가 됩니다. 하루 1권 읽기가 목표라는 장석주 시인 같은 분도 있지만, 2020년의 제 독서 목표는 1주에 1권(벽돌책은 2주에 1권)을 읽는 겁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보다 중요합니다. 바로 ‘독서노트’ 쓰기입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읽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걸 잘 압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고 읽은 책에 대한 느낌 등을 가볍게 적는 일기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저는 해가 바뀌면 컴퓨터에 독서노트 폴더를 새로 만들고, 책을 읽은 뒤 여기에 두 가지를 정리합니다. 하나는 ‘짧은 독서평’입니다. 책에 대한 한 줄 짜리 평(評)을 포함해 책의 장점, 아쉬운 대목, 궁금증 등을 생각나는대로 적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저자의 생각을 넘어 나의 생각을 만들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의 역사학자로 <독서의 즐거움>을 쓴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독서를 통해 오늘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화급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기억하고픈 문장’입니다. 책을 읽다가 무릎을 치게 만든 문장, 누군가에게 말하고픈 문장, 글을 쓸 때 인용하고픈 문장 등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뒀다가 나중에 독서노트로 옮기는 겁니다. 좋은 문장을 하나씩 써내려 가다보면 책 전체가 되새김질되고, 오래 기억에 남게 됩니다.

이렇게 정리한 독서노트를 저는 틈틈이 읽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읽었던 책의 내용이 가물가물한 터라, 기억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의 독서 흐름을 살펴 어떤 영역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새로 읽을 책들을 고르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이런 독서 습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저는 2020년 첫 달에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등을 읽었습니다. 지난해 출간돼 큰 울림을 준 책들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코너에서 소감을 나누고픈 양서들이라 생각하며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혹시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주말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책 한 권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시작이 반’인 법이니까요. 그 책을 읽을 때 여러분 곁에 ‘2020 독서노트’가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