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가 아닌 ‘모두나’를 위한 봄 준비

 

2월 한 달간 모두의학교는 문을 닫았다.
공간 리모델링과 시설 확충을 위해 한 달간 방학을 실시했는데, 그 시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과 맞물려 모두의학교는 개교 이래 가장 한산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모두의학교 운영진과 미화원들은 그 안에서 새봄맞이에 바쁘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유리창까지 반짝반짝하게 닦았다. 3월, 개강을 기다려왔을 주민들과 참여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카페, 상담소, 사무실, 놀이터로 변신하는 1층 공간

모두의학교 공간은 올해 살짝 달라진다.
오후 4시면 어린이들이 와서 뛰어놀고,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던 1층 공간을 3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모두상담소, 모두사무실, 모두놀이터로 꾸민다. 모두상담소는 모두의학교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상담할 수 있는 장소이다. 모두사무실은 시민학교를 운영하는 시민들의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고, 모두놀이터는 기존 1층 공간의 쓰임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모두의앙상블 프로젝트인 공간탐험대가 모두의학교 3층을 리모델링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방향에 따라, 모두놀이터의 공간 구성은 달라질 수도 있다.
모두의학교 1층 들어오는 입구에 모두의카페를 만들어 각 커뮤니티에서 시간별로 운영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4시 무렵 그 공간에서 공부하고 놀 수 있다.

이는 작년에 모두의학교 터줏대감인 어린이들과 함께 여러모로 운영을 해본 끝에 나온 방안이다. 이 리서치 과정을 통해 모두의학교 측은 “이곳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 아무나를 위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봄부터는 함께 쓰는 공간에 대한 규칙을 정해 모두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실천을 이끌 예정이다. 이 역시 모두의학교 공간이 누구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매주 수요일, 매달 마지막 토요일 모두의책방에서 만나요!

모두의학교 공간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층 모두의책방도 달라진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바라고 오픈했으나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공간이 되어버려, 올해부터는 정기적인 문화행사를 열면서 이곳저곳에 소문을 내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과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을 행사일로 정해놓았다. 콘텐츠는 지금 개발 중인데 재즈 워크숍, 낭독회 등을 하게 될 예정이다. 현재 정해진 것은 [똥시집]의 박정섭 작가가 동시로 노래만들기 수업을 하고, 음악낭독회를 할 예정이다.

또한 모두의책방은 이제까지 시민 북큐레이션을 위해 노력했다. 그간 전문가들과 커뮤니티 멤버들이 돌아가며 한달에 한번씩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기도 했고, 독서클럽이 모두의책방 한 코너를 꾸미기도 했지만, 자율적인 시행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올해는 ‘북디제잉’이라는 수업과 연계하여 북큐레이션을 할 예정이다. 북큐레이션을 하라고 하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책을 여러 권 선정해야 하다보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북디제잉은 10여 명의 참여자들이 한 가지 쉬운 주제, 이를테면 ‘표지가 노란 책’, ‘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등을 골라 와서 왜 이 책을 가져왔는지 이야기하고, 그 책속 문장을 낭독하는 수업이다.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고 쉽게 고른 책들을 진열하면 그 코너가 바로 북큐레이션 코너가 되는 형식이다.
이 또한 수년간 모두의책방을 운영하며 ‘모두에는 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게 됐고, 여기에서 ‘북디제잉’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두의학교는 실패조차도 성장의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봄학기 프로그램을 논의 중인 모두의학교 직원들

 

커뮤니티와 시민학교 사이에 징검다리 마련

모두의학교 사업은 앙상블프로젝트-커뮤니티-시민학교의 3개축이 순환하면서 이루어지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지향한다. 앙상블프로젝트는 매학기 시간표가 열리는 수업의 이름이고, 커뮤니티는 시민들의 학습동아리, 시민학교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수업이다. 새봄에 가장 달라지는 모두의학교 운영방침은 이 세 가지 축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지원을 받는 커뮤니티 지원사업은 모두의학교 사업 중 가장 경쟁률이 높다. 동호회 활동에 지원을 받는 격이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커뮤니티 회원들 간의 만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공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자유주제형과 공공주제형으로 나누어 뽑는다. 자유주제형은 기존 커뮤니티 사업과 같고, 공공주제형은 모두의학교와 함께 사회공헌활동을 하게 된다. 그 주제는 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② 환경과 자원순환 ③ 공존을 위한 반려문화 ④ 건강과 안전이다. 4월에 모집하니 이 4가지 주제에 관련 있는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는 적극 지원 바란다.
징검다리 프로그램으로 커뮤니티의 모임을 단단히 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컨설팅 지원도 하기로 했다.

시민학교에도 예비시민학교 과정을 마련한다. 시민학교는 1년 이상된 커뮤니티를 시민학교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인데, 시범-정규-자립의 단계를 거친다.
시민학교에 선발되면 곧바로 모두의학교에서 첫 시범운영이 시작된다. 하지만 수강자들의 입장에서 같은 시간표에 나오기 때문에 시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모두의학교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문전인 프로그램과 달리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시범 단계 이전에 ‘예비시민학교’를 만들어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연구에 주력하게 한다.
커뮤니티 역량강화 프로그램, 공공주제형 커뮤니티, 예비시민학교 등이 트라이앵글을 제대로 순환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채식에서 영화 더빙까지, 봄에 시작되는 프로그램들

이렇게 달라지는 모두의학교이지만,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봄학기에 개강하는 프로그램(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 아닐까? 올 한해 모두의학교는 계절별로 주제를 정했다. 봄에는 존중, 여름에는 공정, 가을에는 공존, 겨울에는 성찰이다. 봄에는 존중이라는 가치에 맞춰 내 몸을 존중하고, 내 삶을 존중하고, 식물과 동물을 존중하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가장 먼저 비건(채식)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토요일 오후 모두의학교 4층 동네부엌에 모여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채식주의 실천팁을 공유하는 ‘평화로운 토요일 : 비건편’이 있고, 5월에는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비건 푸드로 시작하는 비건 라이프 스타일’이 화요일에 열린다.
<여자는 체력>의 저자 박은지 님이 3층 마루교실에서 여성들을 위한 운동도 함께 하고 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언니들의 몸 사용설명서’도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60~70년대 추억의 영화를 틀어놓고 내 목소리로 연기를 해보는 ‘도전! 청춘 더빙극장’이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나를 만나는 굿즈 만들기’가 토요일에 열린다.
식물만 키웠다 하면 죽이는 사람들, 심지어 선인장조차 죽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강좌(‘식물 킬러에서 벗어나는 법’)도 있고, 내가 쓴 카드내역서와 SNS 등을 통해 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는 시간(‘나를 잇는 빅데이터’), 재즈의 역사와 매력을 알아보고 재즈를 불러보는 시간(‘살롱 드 재즈’)도 있다.
올 봄에도 모두의학교는 풍성하고 신선한 메뉴를 내놓고, 시민들을 유혹한다. 위에 소개한 프로젝트 외에도 많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색연필로 그림일기를 그려볼지, 길냥이들을 함께 돌볼지, 살펴보고 참여해보자.

 

모두의학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봄학기 개강의 잠정 연기와 휴관을 결정하였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청년인생설계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