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과 몸짓’에 참여한 건 축복 같아요

서울자유시민대학 시민연구회 ‘낭송과 몸짓’

 

수업 이후 만든 동아리에서 발전한 시민연구회

 

김주명 원장

 

김주명 : 참관인이 많아서 긴장하시는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이 분위기를 풀려면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임 하시는 분들은 아이스브레이킹을 어떻게 하세요?

맹성근 : 수업 전에 선생님께서 춤 같은 걸 추게 하셨어요. 편하게. 그렇다고 여기서 춤을 출 수는 없고… 하하. 어쨌든 저는 시민대학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평생교육 강좌를 들었는데, 이런 수업이 없었어요. <낭송과 몸짓>이라는 강좌 제목이 독특해서 신청했는데, 수업이 정말 좋아서 같은 수업을 연속으로 2번 들었습니다. 여기도 두 번 들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과 모여서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시민연구회의 밑거름이 되었죠. 요즘 평생교육은 인문학 관련된 수업이 많지 않습니까? 책상에 앉아서 가만히 하는 수업이 지식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경험은 별로 없죠. 젊었을 때 기껏해야 춤이나 추러 다니고, 연극을 보더라도 감히 해볼 생각은 못하죠. 더군다나 마임이라는 것은 감히… 그래서 마임 수업이 있는 걸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몸짓 시연

 

20대~70대가 어우러지는 몸짓 수업

김주명 : 맹 선생님이 워낙 말씀을 잘해주시지만, 다른 분들도 내 분량은 내가 챙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세경 선생님, ‘낭송과 몸짓’이 어떤 연구회인지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세경 : 젠틀맹 회장님이 얘기한대로 시민대학이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듣는 강의를 벗어나 움직이고 활동하면서 배우고 익히고 느끼는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은퇴 이후 2~3년 간 평생학습하는 곳을 많이 다녔는데, 대체로 내 또래들, 은퇴하신 분들만 와요. 드론을 배우러 가도, 유튜브를 배우러 가도 은퇴자들이 많죠.

그래서 세대 간에 소통할 수가 없었는데, 낭송과 몸짓을 수강신청하고 가보니 젊은 사람, 여성들의 비율이 많아서 색달랐어요. 강의 제목을 보고 신청한 거니 다들 뭔가 관심 있고 재미를 느껴볼까 하고 오신 분들 아니겠어요? 첫 수업 이후 거의 결석하지 않고 다녔어요. 그만큼 재밌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 친해졌고, 수업 끝날 때쯤 동아리를 만들면 좋겠다 해서 동아리가 만들어졌어요. 우리 모임이 20대에서 70대까지 아우르는 동아리인데, 사회생활하면서 이렇게 세대 간에 만나 얘기도 나누고 소통하는 동아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멤버들도 좋지만, 조성진 선생님이라는 훌륭한 분을 만나서 이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도 마임이나 낭송을 가르치는 데는 없는데, 시민대학이 어디 가서 못 듣는 강의와 강사를 발굴한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틈새를 노려서 강의를 개설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런 것을 하는 게 진짜 시민대학의 본래 모습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주명 : 최정란 선생님은 어떻게 낭송과 몸짓을 듣게 되었나요?

최정란 : 사람들은 누구나 지병 같은 거, 하다못해 피부병이라도 하나씩 있잖아요. 저도 그래서 몸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동의보감 수업도 들으러 다녔는데, 거기서 몸하고 생각하는 게 다 통한다더라구요. 그럴 때 시민대학에 몸 관련 수업이 생겼길래 몇 개 들었어요. 그중 하나가 낭송과 몸짓이었어요.

이 강좌의 좋은 점은 선생님이 인문학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셔서, 그냥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여러 자료들을 접하면서 자기 안에서 생각이 다져진 것들을 꺼내놓으니까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이 수업을 들으면 제가 제 몸이나 생활을 해석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이 모임의 장점은 나이 또래가 다양하다는 점 외에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민연구회 되기 전에 한번은 ‘빅북’이라고 해서 큰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동화 구연을 했고, 시민연구회가 된 후 두 번째로 소리극을 했어요. 그때그때 저희가 정한 거예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해서 그림을 그렸고, 공연 같은 경우에는 몸에 집중하고 싶은데 우리가 아직 몸짓만 하기에는 서투르니까 일단 첫 단계로 소리에 집중해보자 해서 소리극을 한 거였거든요. 그 다음은 아직 안정해졌지만,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하는 중이고요. 이 모임에서는 내가 궁금한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김주명 : 20대를 대표하는 곽소영 씨는 이 모임에 참여해 보니까 어때요?

곽소영 : 제가 이 모임에 참여한 건 축복 같아요. 사실 제가 외국인이거든요. 어머니와 서울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어쩌다 시민대학에 오게 되었어요. 수업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기보다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 참여하게 되었는데, 다들 저한테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제가 사실 지금 귀국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 가고 싶지 않네’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서울이 전 세계에서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던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미국 워싱턴DC에서 30분 거리에 사는데, 30분 거리라고는 해도 차가 없고 운전 잘 못하면 가지 못하니까요. 서울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도 많이 배웠어요.

 

같은 날 세 번 공연한 ‘팥죽할멈과 호랑이’

김주명 : 처음엔 강의를 듣는 걸로 시작했지만 동아리를 만들고 시민연구회를 하면서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봉사활동으로 이어졌잖아요? 어떻게 봉사활동까지 하시게 됐어요?

 

맹성근

 

맹성근 : 봉사활동이라는 개념보다는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발표를 해야 되잖습니까? 우리끼리 연습만 하다보면 남는 것도 없고. 시민연구회는 프로젝트 개념상 성과물이 있어야 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어디서 발표를 할까 고민하다가 저희가 전문가도 아니고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보면 그래도 귀여워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서 제일 가까운 서대문구 지역의 요양원을 조사해봤었죠. 그러다 경기대 뒤에 있는 ‘효림원’을 알게 되었어요. 요양원이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서, 저희가 하루에 세 번 발표를 했습니다. 그분들이 움직이기 힘들어서 저희가 각 층마다 가서 공연을 해드렸습니다. 저희들은 세 번이나 공연할 수 있어 더 좋았죠. <팥죽할멈과 호랑이>라는 전래동화를 라디오극으로 만든 건데, 낭송만 하면 단조로우니까 액션도 좀 들어갔어요. 안세경 님이 호랑이 역할을 하셔서 막 “어흥!”하면 할머니들이 놀라셨어요. 다들 순수하고 소녀 같으셔서 호랑이 나온다면 저쪽으로 가서 숨으시고, 그러면 안 선생님은 안 잡아먹는다고 하시고.

안세경 : 공연 중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어요. 할머니들 중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분들은 호랑이 소리에 화를 내시기도 하셨어요.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게 해야 하니까 거기 맞춰서 하고.

 

 

최정란 : 봉사활동은 원래 안세경 님이 소리 봉사를 하세요. 오늘은 안 오셨지만 또 다른 멤버도 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해오신 분이 있구요.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안세경 : 저는 마포 관내에서 시각장애인 대면 낭독 봉사를 했어요. 요즘은 쉬고 있는데, 그 전에 주 1회 꾸준히 해왔어요. 녹음봉사가 아니고 대면 낭독봉사였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1대 1로 낭독했는데, 서로 교감하면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까 상의해서 했죠. 제가 좋았죠. 공연은 공연대로 바로 객석의 반응을 볼 수 있으니까 흥미롭구요.

맹성근 : 다들 각자 생활이 있어서 모여서 연습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요. 만약 발표가 없었더라면 그 모임조차 쉽지가 않았을 겁니다. 발표가 있으니까 다들 모여서 열심히 했지요.

안세경 : 모여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할 거냐, 마임을 할거냐 낭송에 치중할 거냐 그걸 정하고, 그 다음에 어떤 분들을 모시고 할 거냐, 그 다음에 2개월 후에 할 거냐, 3개월 후에 할거냐를 정해서 거꾸로 역산을 해서 만났어요. 그러면 연습에 참석 안할 수가 없거든요. 한 사람 빠지면 연습이 안 되니까.

 

광화문 광장에서 판토마임 하는 그날까지

김주명 : 강좌를 듣고 시민연구회를 하시면서 내 개인의 변화나 발전을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요?

안세경 : 은퇴 전에는 조직에 매여있고, 시간 제약도 있잖아요. 그러다가 이제는 내가 초중고 때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못해본 것을 리스트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를 해봤다는데 의의가 있죠. 이제껏 자기를 잊고 살아왔는데, 또 다른 나의 모습, 나의 끼를 한번 시도해봤다는 느낌. 지금 이 나이에 선수될 일도 없고, 내가 즐거우면 좋은 거죠. 즐거우니까 같이 동아리를 하자고 했고, 이렇게 공연도 하고요.

맹성근 : 저는 마임 수업을 듣고 한국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성진 선생님의 마임은 그냥 마임이 아니고 판소리, 탈춤 등 한국적인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시더라구요. 수업시간에 창도 하시고, 몸짓도 탈춤에서 나오는 것 같고. 그렇게 나오는 밑바탕이 궁금해지니까 판소리도 궁금해지고, 한국적인 것에 이어지더라구요. 제 관심사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선생님이 수업하면서 판토마임을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해봐라 하셨거든요. 목표가 있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낭송과 몸짓 회원들과 같이 마임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최정란 : 광화문 광장에서 마임이라… 하하하. 서고는 싶지만 과연? 제가 마임을 잘 못하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그런데 저는 몸보다 머리가 발달한 사람이고, 제 작업을 할 때도 머리로 생각하거나 깨달은 것을 표현하거든요.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편이에요. 모든 것을 놓고 몸짓을 잘하고 싶은데, 평생 놓아본 적이 없으니 쉽지가 않아요. 잠깐 놓았다가도 금세 정신줄을 잡거든요. 광화문 광장 공연은 원장님이 같이 하신다면 한번 해볼게요.

김주명 : 하하하하, 저는 몸치라….

최정란 : 저도 몸치예요.

안세경 :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조성진 선생님께 감수만 받아서 나가면 됩니다. 저희 두 번 공연할 때 다 리허설 전에 꼭 조선생님의 감수를 받았어요. 원포인트레슨처럼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저건 저렇게 하는 게 좋겠다 하면 바로 확 달라져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손만 흔들고 가면 돼요.

곽소영 : 어머님이 배우는 데 관심이 많아서 저를 끌고 다니셨어요. 그렇게 시민대학에 오게 되었는데, 마임 수업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제가 대학교 때 마임을 해서 성적이 나쁘게 나왔거든요. 그래서 용기가 안 나다가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게 답답해서 나갔어요. 여기 와보고 사람들 열정에 놀랐어요. 정말 열심히들 하시고, 그래서 저도 재밌게 열심히 했어요.

제가 작년에 한국에 왔는데, 한국문화를 소개할 적에 강의보다 이렇게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따라하는 게 더 인상깊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한국 문화에서 대해서 강의도 듣고 했는데, 여기만큼 기억에 남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수업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자부심도 많이 생겼어요.

 

 각자 그려서 완성하는 멋진 그림처럼

김주명 : 공연 준비할 때 재밌었던 일은 없나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최정란 : 저는 두 번째 공연 <팥죽할멈과 호랑이>은 참여하지 못했고, 첫 번째 ‘빅북’에 참여했는데요, 그때 회장님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셨어요. 큰 도화지를 놓고 그림책 보고 그렸거든요. 한 사람이 그리는 게 아니고, 도화지가 크니까 이쪽에서 그리고 저쪽에서 그리고, 각자 색칠을 하는데, 그러면 개발괴발이고 이상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같이 그린 게 너무 괜찮은 거예요. 계획이 없이 “각자 알아서 해요”하고 그리고, 다 그린 후 손대고 싶은 부분은 또 손대고 그렇게 같이 완성을 했던 게 신기하게도 멋있었어요. 아현동 어린이 도서관 가서 낭송할 때 어린 친구들도 봤는데, 애들도 그림 되게 멋있다고 하더라구요. 같이 편하게 하는 게 재밌게 잘 나오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됐죠.

저는 목표지향적인 성향이라 첫 번째 때는 열심히 했지만, 그 다음 타임에는 참여를 안하니까 처음에 좀 나오다가 안나갔거든요. 근데 채시라(연구회 맏언니 채경숙 님으로 ‘은발의 채시라’가 별명) 님이 엄청 챙겨주셨어요. 먹을 걸 챙겨주고, 농담도 하시고, 티셔츠도 챙겨주셨어요. 다음에 나온다고 약속하라며 손가락 걸고. 어떤 목표가 없는데도 저를 챙겨주신 거잖아요. 우리가 이웃에 대한 봉사나 이웃과의 소통이라고 말했을 때, 모임 바깥의 외부인을 이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소님 말마따나 모임 안의 우리가 이웃이었던 거예요. 그것이 이 모임의 큰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주명 : 마지막으로 낭송과 몸짓에 오면 뭐가 좋은지 홍보를 해주세요.

안세경 : 말 하나도 안하고 몸짓 조금만 해도 되고요, 몸짓 하나도 안하고 소리해도 되고, 편하게 오셔서 같이 어울리고 같이 즐기면 될 것 같아요.

곽소영 : 수업에 오면 다들 너무 잘해주세요.

맹성근 : ‘낭송과 몸짓’이라고 하면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텐데, 물론 떨립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해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그걸 느끼면 매력에 빠지실 거예요. 이걸 해보면서 연극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매력있고, 같이 공연하는 우리가 서로의 호흡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